담임목사 칼럼

기억

송종남목사 0 963 2023.07.01 10:05

기억 


                                                                                                                        송종남 목사 

지난 주일에 우리 교회 여름성경학교가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로 돌아와서 마음껏 뛰고 웃으며 하나님 말씀을 배우는 꼬마들의 여름 잔치였습니다.

저에게도 여름성경학교에 관한 행복한 추억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놀이 동산이나, 놀이가 다양하지 않던 시절, 

긴긴 여름을 지나는 아이들에게는 가장 즐겁고 신나는 것이 여름 성경학교였습니다.

그 때의 행복한 기억이 해마다 이맘 때면 제가 여름 성경학교에 관한 글을 쓰게 만들고 있습니다.


행복도 선택이고 감사도 선택입니다.

인생은 무엇을 기억하고 사느냐에 따라서 행복한가 아닌가 가 달려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잊어야 할 것은 잊지 못하고,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은 쉽게 잊버리고 살기 때문에 

행복과 감사가 없고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이제 저도 앞으로 달려갈 것만 생각하지 않고 지나온 시간을 많이 반추해보는 나이입니다. 

살아온 날들이 결코 좋은 일만 있었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생각해 보면 아프고 힘든 것들은 어느새 희석되고 거의 잊혀졌습니다.

그런데 기쁘고 좋았던 일들은 시간이 지나도 또렷이 기억됩니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때의 신나고 재미있던 일들, 청년 시절의 풋풋했던 추억들, 어른이 되고 평생 목회를 하면서 만났던 좋은 사람들...

교회를 섬기면서 아픔을 준 사람도 있었고, 또 교회를 어지럽힌 사람도 있어서 당시에는 저런 사람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생각했지만 벌써 다 잊어버렸습니다.


올해 96세로 한국요양원에 계신 장모님은 젊어서 혼자 되셨고, 딸 다섯을 키우느라 결코 쉬운 인생을 살지 않으셨습니다. 

지금은 자식들도 알아보지 못하고 어린 아이와 같이 되셨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딸들은 이모가 있었는지도 모르는데, 장모님은 그 여동생과 놀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종종 하신다는 겁니다. 또 신앙 생활을 하면서 고단한 인생을 나누었던 교회 권사님들과의 젊고 즐거웠던 교회 생활 얘기도 합니다.

힘들었던 시간은 다 잊어버리고 행복했던 시절만 기억하며 천국을 향해 가시니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요. 


우리 모두 기왕 기억하려면 좋은 일들만 기억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힘들고 고단했을 때 용기와 위로를 주셨던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어려울 때 따뜻한 말로 힘을 주었던 선배를 기억하고,

밥을 사주며 마음의 허기까지 달래주었던 준 친구를 기억하고,

함께 열심히 신앙 생활을 하며 고단한 이민 생활을 이낸 믿음의 동지들을 기억하고

은혜 받고 신나고 감사함으로 섬겼던 교회를 기억하고

땀 흘리며 기쁨으로 달려간 선교지에서의 열정을 기억하고,

오늘 내가 있기까지 알게 모르게 함께 해 준 모든 좋은 이들...,


좋은 일들에 관한 기억은 오늘을 살아가는 기쁨입니다.

주름지고 구겨진 안 좋은 기억은 빨리 떠나 보내고, 기억의 저편에 있는 좋은 일들을 더 많이 소환해 보시기 바랍니다. 

행복해 집니다. 그리고 저절로 감사하게 됩니다.


이적이라는 가수가 ‘과거로 돌아가는 버튼이 있다면 누르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 누르겠다’ 고 대답했더군요.

이유는 ‘그러면 과거 속에 있는 나쁜 일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좋았던 일들도 다 없어지고 지금 나에게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없을 테니까요‘ 라는 말을 했는데 아주 많이 공감합니다.


우리의 과거에는 나쁜 일도 있었지만 좋은 일들도 분명히 많았습니다.

그 좋은 일들을 기억하며, 추억하며 사는 것이 오늘을 행복하게 사는 비결입니다.

무엇보다 주님께서 나와 함께 인생 길을 동행하시며 들려주셨던 얘기들, 보여주신 일들을 많이 기억하며 산다면 

그것처럼 행복한 인생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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